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하버드대의 외국인 유학생 수용 자격을 박탈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버드대가 연방 자금 중단을 볼모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계속되는 정책 변경 요구에도 굴복하지 않자, 대학 재정에 직격탄을 줄 수 있는 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하버드대에 보낸 서한을 통해 “하버드의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은 즉시 철회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보도자료에서 “하버드는 더 이상 외국인 학생을 등록할 수 없다. 기존 유학생은 전학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법적 지위를 잃게 된다”라고 밝혔다.
SEVP는 유학생 비자 등을 관리하는 국토안보부 프로그램이다. SEVP 인증이 취소된 대학은 유학생에게 비자 발급을 위한 필수 서류인 자격증명서(I-20 등)를 발급할 수 없다.
국토안보부는 하버드의 ‘반유대주의’ 조장 등을 이번 조치의 명분으로 삼았다. 국토안보부는 “하버드대 리더십은 반미, 친테러리스트 활동가들이 유대인 학생 등 다수의 개인들을 괴롭히고 물리적으로 공격하며 학습 환경을 방해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안전하지 않은 캠퍼스 환경을 조성했다”며 “이를 선동한 이들 중 많은 수가 외국 학생들”이라고 밝혔다. 하버드 측이 “위구르족 집단 학살에 연루된 중국 공산당 준군사조직 구성원을 초청, 교육하는 등 중국 공산당과의 협력 활동을 촉진하며 참여했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국토안보부는 하버드 측에 ‘캠퍼스 내 외국인 학생들의 범죄·폭력 행위 이력 관련 자료 일체를 4월 30일까지 제출하라’며 미제출 시 SEVP 인증을 철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하버드에 재학 중인 유학생은 약 6800명으로 전체 학생의 27%에 이른다. 유학생 차단 조치는 하버드대 자금 사정에 상당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제이슨 뉴튼 하버드대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인증 취소가 “불법”이라며 “우리는 140개국 이상에서 온 국제 학생과 학자들을 수용하는 역량을 유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이들은 대학, 그리고 미국을 헤아릴 수 없이 풍성하게 만든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보복 조치는 하버드 공동체와 미국에 심각한 위해를 제기하며 하버드의 학술· 연구 임무를 저해한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와 하버드대 간의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학교 측 사정에 밝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조치가 하버드의 두 번째 법적 소송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하버드대는 지난달 법원에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지원금 중단을 정지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