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했던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의 일기장이 유족들에 의해 공개된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 중 한 명인 기상캐스터 박하명이 오늘(19일)도 날씨 방송을 진행했다.
19일 MBC '뉴스투데이'에는 박하명이 등장해 이날의 날씨를 전했다. 박하명은 지난달 27일 오요안나의 생전 직장 내 괴롭힘 호소가 알려진 뒤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됐음에도 계속해서 일기예보를 진행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18일 채널A '뉴스'는 고 오요안나의 유족이 제공한 일기장 내용을 공개했다. 고인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괴로웠던 마음을 일기장에 적었다.
고인은 2023년 2월 일기장에 "선배들이 나의 잘못을 샅샅이 모아 윗선에 제출했고,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쉴 새 없이 날 욕했다"면서 "당신들이 나를 아니라고 하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배우거나 연습하기보단 회피하며 술이나 마셨다"라고 적었다.
선배 기상캐스터 4명은 단체 대화방에서 "정말 미친 X이다" "몸에서 냄새난다" "피해자 코스프레 겁나 해" "후배 취급하지 말자" 등 고인을 비방하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오 씨의 유족은 "요안나가 24시간 자신의 모든 기록을 데이터로 남겨 놨다"면서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사실이 담긴 녹취와 일기, 메모 등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공개된 일기를 쓰기 이틀 전, 고인은 재계약 논의를 하려 만난 MBC 관계자에게 선배 기상캐스터들과 관련한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유족이 공개한 녹취록에서 고인은 MBC 관계자 A 씨에게 "제가 너무 큰 실례를 저질렀는데 제대로 사과드리지 않아서 계속 사과를 하는 도중에 뭔가 마찰이 많았다"면서 "제가 뭔가 나쁘게 생각될 만한 짓을 했는데 이제 겸손하지 못하게 해서 뭔가 더 화나시고 더 그런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표현도 되게 서툴고 뭔가 빠릿빠릿하게 연락을 한다든가 아니면은 살갑게 한다든가 이런 스타일이 아니어서 (선배들로부터) 오해를 많이 사는 것 같다"며 자신이 오해를 많이 사는 것 같다며 자책했다.
A 씨는 "선후배 간에 우리 기자들도 항상 좋은 얼굴만 볼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그러면 이제 내부적으로 선후배 관계는 잘 푸시면 된다"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오요안나 씨는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선발돼 프리랜서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9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이후 고인의 휴대전화에서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불거졌다.
오 씨의 사망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유족과 시민 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와 책임자 처벌을 위한 법적,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