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산시스템을 마비시킨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인 경찰이 당시 현장 책임자와 작업자 등을 입건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경찰은 기본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추가 자료확보를 위해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전경찰청은 국정자원 화재와 관련, 화재 당시 현장에 있던 작업자 3명과 국정자원 공무원 1명 등 4명을 업무상 실화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입건된 작업자는 배터리 이관 작업을 맡았던 일성계전 직원과 타 업체 직원, 감리업체 직원 등이다. 경찰은 작업자와 관계자 등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이들에게 화재 발생의 직·간접 책임이 있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경찰은 현장 폐쇄회로(CC) TV 영상을 토대로 현재까지 작업자와 감리 업체 직원 등 3명을 포함, 모두 12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이번 화재는 국정자원 5층 전산실 내 무정전·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 이전 작업 중 발생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불이 번진 것으로 추정하고, 작업과정에서 규정을 준수했는지 여부 등을 살피고 있다.
경찰은 CCTV 영상과 국정자원으로부터 임의 제출받은 화재 작업 관련 자료를 분석하는 한편, 주전원을 차단한 뒤 배터리 방전 작업을 진행됐는지 여부도 추가 조사하고 있다. 배터리에 잔류 전력이 남아있었다면 화재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다만, 경찰은 현장 작업자 등의 진술과 내부 기록을 토대로 작업 전 전원이 차단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화재 당시 작업에 쓰인 전동 드라이버 등 공구도 확보해 화재의 원인이 된 것은 아닌지 여부도 확인 중이다.
경찰은 전문가 의견확보 차원에서 조만간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설루션과 UPS 제조사 관계자 등 전문가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국정자원 측 수사 협조가 원활하지 않다고 보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고려하고 있다.
김용일 대전경찰청 형사과장은 "지금은 자료가 확보되는 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제출되지 않은 자료들이 많다"면서 "그런 것들은 추후 압수 등의 방식을 통해 확보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합동감식반은 지난달 30일 국정자원 화재 4일 차 감식을 진행하고 최초 발화원으로 추정되는 배터리 6개를 모두 국과수로 옮겼지만, 이 중 1개는 아직도 안정화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식반은 이송한 배터리를 추가 안정화한 뒤 정밀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화재 당시 불이 번지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지만 최초 발화원이 담긴 영상이 없어 불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태다.
김 과장은 "화재원인으로 전동 드라이버 사용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감정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다"면서 "화재 원인을 다각도로 열어두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